J Eng Teach Movie Media > Volume 23(3); 2022 > Article
영화 영어에서 머릿속 사전(Mental Lexicon)의 역할에 관한 연구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wofold: firstly, to investigate whether memorization is improved if the L1 mental lexicon (in this case, Korean) is dependent on the L2 mental lexicon (English), or vice versa; secondly, to observe whether L1 and L2 lexicons stay in the same state or whether they remain in different modular conditions. To do this, a case study was undertaken with four college students. Two participants (A and B) had a beginner level of English and two (C and D) had an intermediate level of English. Two movies were used for this study. A similar procedure was performed on both levels. Recall tests of 50 items were administered to both levels. The results showed that participants A, B, and C were successful in memorization and recall, but participant D was unsuccessful. The suggested reason is that A, B, and C depended on the L1 lexicon whereas D depended on the L2 lexicon. It turns out that the primary use of L1 lexicon was effective for memorization. For the second question, it is proposed that less proficient students have a close integration of L1 and L2 lexicons, and that more proficient students have more separation of L1 and L2 lexicons.

I. 서론

L2를 배울 때 L1의 필요성에 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Ellis, 2015; Hao & Chi, 2013; Ryu, 2016). 교실에서 L1의 사용을 반대하는 목소리에는 영어화(anglicization)를 이유로 지목하는 연구가 있다(Almoayidi, 2018). 영어를 잘하는 것이 삶의 질을 올리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교실에 영향을 주어 교실에서 L1 사용을 기피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L2 학습자들은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해외연수를 다녀올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대학 영어교육에서도 비 원어민 영어교사가 가르치는 교양 영어는 외면을 당하고 있고 원어민이 가르치는 영어회화만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Han, 2020; Lee, 2012; Ryu, 2020b). 그러나 이런 유행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연수를 가거나 국내에서 원어민에게 배우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교실에서 영화를 사용하려는 의도도 국내에서 학습을 해도 해외연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못지 않는 능력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려는 것이다(Lee, 2017; Rho, 2010).
영화 영어에서의 문제는 영화에 나오는 표현들을 어떤 기준에 맞춰 학습을 할 것이며 장기기억을 위해 어떤 학습을 해야 하는 가이다. 영화 표현들을 암기하는 것이 쉽게 떠오르는 활동인데 암기된 표현들은 사용하지 않으면 잊어버릴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표현 암기에 회의적이 되어 버린다(Ryu, 2020a). 어떤 표현들을 암기하고 어떻게 암기를 하는 것이 학생들의 장기간 기억을 도울 수 있는지 해결점을 찾는 것이 영화 영어의 당면한 과제이다.
본 연구에서는 머릿속 사전(mental lexicon)의 개념을 이용해 영화 표현들을 장기기억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머릿속 사전의 정의를 살펴보면 단어의 속성들이 사람에게 체득화된 지식을 일컫는다(Nordquist, 2019). 간단히 말하면 기억에 저장된 단어들이나 표현들을 가리킨다(Van de Vijver & Baer-Henney, 2019). 머릿속 사전에 저장이 된다는 것은 이미 장기기억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뜻이므로 이와 관련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영화 영어 수업에서 필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말은 L1 머릿속 사전에 영어는 L2 머릿속 사전에 들어 있을 것이다. 이 두 개의 머릿속 사전을 서로 긴밀하게 연결시킬 수 있다면 영화 표현의 암기를 도와줄 방안이 나올 수가 있을 것이다. 대학생과 같은 성인 학습자들은 이미 우리말로 모든 세상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말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개념을 이해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가 있다. EFL 교실에서 L1과 L2의 균형 있는 사용이 바람직하다는 연구결과(Littlewood & Yu, 2011)들을 고려해 볼 때도 우리말과 영어의 머릿속 사전이 모두 이용되는 것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Cook도 L1과 L2는 서로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2001),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이 허파 2개를 가지고 호흡하는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이다(2002).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먼저 L1과 L2의 머릿속 사전의 역할과 연결성을 살펴보고 우리말 머릿속 사전을 활용하여 영화 표현들을 쉽게 암기하고 효과적으로 회상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겠다. 이를 위해 사례 연구를 할 것이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III장에서 상세하게 기술하겠다.

II. 문헌 연구

1. 머릿속 사전의 구조

머릿속 사전이란 기억에 저장된 단어들의 저장소를 뜻하며, 이 안에 알고 있는 단어들이 복잡한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본다(Van de Vijver & Baer-Henney, 2019). 머릿속 사전은 인쇄된 사전과는 전혀 다른 구성과 기능, 그리고 내용물을 가진다. 인쇄된 사전에서는 통조림 따개(tin-opener)와 호두 까는 기구(nutcrackers)가 다르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한다. 그러나 머릿속 사전은 호두 까는 기구를 통조림 따개라고 말을 잘못해도 문맥을 통해서 정확한 의미를 짐작하여 통조림 따개라고 말한 것을 호두 까는 기구로 인식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Aitchison, 2012).
Pustejovsky(1995)는 언어 사용자가 한정된 단어의 수로 무한한 문맥에 적용하는 현상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이로 인해서 Pustejovsky(2002)는 총체적인 어휘 구조를 연구하였다. 그는 단어의 의미가 고정이 되어 있고 변화에 강하다는 견해에 반대했다. 사실 대부분의 언어학 이론에서 어휘는 장기기억에 들어가 있는 수동적인 자료로 간주 되었었다(Elman, 2004). 단어는 의미를 알아내는 단서(clue)이지 의미는 아니라고 말하는 연구도 있다(Elman, 2009; Rumelhart, 1993).
Rumelhart(1993)는 고생물학자들이 공룡의 화석이나 기타 조각을 가지고 공룡 전체를 상상한다고 하였다. 언어도 마찬가지로 부분 조각으로 전체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단어는 의미가 될 수 없고 전체를 이해하는 조각, 즉 단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발화에 대한 해석은 실 세계에 대한 지식(real world knowledge)에 의존한다고 하며 결국은 문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Elman(2004)은 문맥의 역할이 들어간 어휘 구조 표를 Figure 1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Figure 1에서는 단어들이 적극적으로 정신적 상태(mental state)에 개입하여 단어의 음운학적, 통사적, 의미론적 성질들을 드러나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머릿속 사전이라고 하여 단어의 정보들이 ‘사전’에 있는 것만을 보여줬다. Elman(2004)은 이런 현상에 대해 단어들이 수동적으로 장기기억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기존의 견해와 전혀 다른 견해를 그림을 통해서 보여줬다. Figure 1은 단순 반복 네트워크(Simple Recurrence Network: SRN)를 나타낸 것으로 Elman(1990)이 처음으로 생각하고 사용한 모델이다. SRN은 순차적인 입력과 출력의 처리 과정을 가능하게 해 주며 문맥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다. SRN은 3개의 층으로 된 네트워크이다. 중간 층인 숨겨진 단위는 문맥 단위를 복사하였다가 다음 단계에서 숨겨진 단위의 입력으로 작용을 한다(Miikkulainen, 2011). 사람이 머릿속 사전에서 언어를 꺼내 대화에 사용하는 것(Stille, Bekolay, Blouw, & Kröger, 2020)이라는 것도 숨겨진 단위를 이용하면 설명이 잘된다. 숨겨진 단위에서는 반복되는 형태들을 문맥에 맞춰 갖고 있다가 출력할 때 사용하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머릿속 사전의 정의와 기능 그리고 인쇄된 사전과의 차이를 기술해 보았다. 언어 항목들은 장기기억에서 잠자고 있는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고 세상 지식과 연계하여 문맥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임을 확인한 셈이다.

2. 이중언어 머릿속 사전

앞서 단일 언어의 머릿속 사전을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이중언어 머릿속 사전을 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외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들은 모두 중간언어 상태에 있는데, L1 사용이 어느 정도 L2를 배우는데 효과가 있는지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L1과 L2가 하나의 공간에 존재한다면 L1은 L2를 배우는데 역할이 있을 것이고 공존하지 않는다면 L1을 EFL 교실에서 사용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1980년대 말에는 이중언어 머릿속 사전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 이 전에는 저장 구조(storage structures)와 접근(access)의 관점에서만 보던 것을 연결주의(connectionism)의 개념을 이용하여 L1과 L2의 머릿속 사전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연결주의에서는 인간의 인지(human cognition)는 수많은 처리 단위(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이 되어 상호작용을 하면서 모습을 드러내는 성질이라고 한다(Li & Zhao, 2020). 이 영향으로 L1 머릿속 사전과 L2 머릿속 사전의 관계는 연결(link)의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생겨났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서 머릿속 사전을 분리해서 보려는 경향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Jiang과 Forster(2001)는 L1은 의미 기억(semantic memory)에 저장이 되고 L2는 일화 기억(episodic memory)에 저장이 된다고 한다. 능숙도가 향상이 되면서 일화 기억은 의미기억으로 전환이 된다고 보았다. Wolter(2001)는 L1 머릿속 사전과 L2 머릿속 사전을 비교하면서 L1과 L2의 머릿속 사전들을 분리하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L1과 L2는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서로 강한 연결이 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비교 연구를 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우리말 머릿속 사전과 영어 머릿속 사전을 비교하면 당연히 우리말 머릿속 사전이 우세할 것이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고 있기 때문에 L2 머릿속 사전은 기능적으로 부실한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Wolter(2001)는 L1과 L2 머릿속 사전은 서로 다를 뿐 전자가 후자보다 우세하다는 생각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실험에서는 개별적인 단어에 대한 지식이 많으면 L2 머릿속 사전도 L1 못지 않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Bashori(2021)도 L1 어휘들과 L2 어휘들이 각기 다른 곳에 저장이 된다고 보았다. 그의 연구에서는 L1은 인도네시아어이고 L2는 영어인 7명의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였는데 모두 석·박사 과정의 피험자들이었다. 영어 실력은 낮은 능력에서 높은 능력까지 다양하였다. 실험은 L1 텍스트와 L2 텍스트를 읽게 하는 것이었다. 각각 85개의 단어와 90개의 단어를 뒤섞인 말(scrambled words: SW)로 만들고 이 단어들을 문장 안에 포함시켰다. SW가 들어간 문장은 앞 단어와 마지막 단어는 정상적인 단어로 놓고 사이의 단어들만 SW로 바꾼 것이다. 그리고 SW를 인식하는 정도와 읽기 속도를 측정하였다. 결과는 능숙도와 상관없이 어휘 항목에 접근하는 방식이 L1과 L2 모두 비슷하였다. 평균적으로 능숙도가 높은 피험자가 SW를 인식하는 정도와 읽기 속도에서 능숙도가 낮은 피험자보다 높았던 것은 사실이나 특정한 단어에서는 능숙도와 상관없이 모두 틀렸다(L1과 L2 각각 한 개씩). Bashori(2021)는 이 실험을 통해서 L1과 L2는 서로 다른 곳에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능숙도가 높으면 L1의 의존도가 낮아지고 L2에만 의존해서 SW를 올바르게 읽어 냈다고 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러 개의 머릿속 사전들이 분리되어 존재하고 있다고 믿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연구자들은 아직 뇌에 대해서 아는 바가 충분치 않아서 머릿속 사전의 신비를 풀기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III. 연구방법

본 연구는 실험과 인터뷰 방법을 사용한 사례연구로 두 가지의 목적을 가진다. 첫째는 EFL 상황에서 L1과 L2가 서로 어느 정도 협조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영어를 학습하는데 우리말 머릿속 사전이 먼저가 되는지 아니면 영어 머릿속 사전이 먼저가 되는지를 살펴보고 서로 어떤 관계인지 알아보겠다. 둘째는 우리말 머릿속 사전과 영어 머릿속 사전은 별도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하나의 공간에 머물면서 서로 연결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영화의 영어 표현들을 쉽게 암기하고 효과적으로 회상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겠다.

1. 피험자

본 실험에 참여한 피험자들은 모두 4명이다. 두 명은 초급자이고 나머지 두 명은 중급자이다1. 초급자 집단(X)은 우리말 번역이 힘들어서 교사가 전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중급자 집단(Y)은 그들이 우리말 번역을 한 것을 교사가 조금만 수정해 주면 된다. 사용한 영화는 X와 Y는 다르고, 각 집단이 선호하는 영화를 사용하였다.
두 집단은 평소에 영화를 활용하여 영어를 학습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본 실험에서 사용하는 활동과 피험자들이 평소에 사용하던 영어 학습 방법 사이를 비교할 기회를 가지게 되어 영어 표현 암기가 가져다 주는 효과를 이야기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피험자들은 본 실험에 적합한 학생들이라고 사료된다.

2. 교재

초급자 X집단이 사용한 영화는 2004년 미국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 Bird, 2004)이고 중급자 Y집단이 사용한 영화는 2020년 미국 애니메이션 소울(Soul, Docter & Powers, 2020)이다. X와 Y의 선호도에 맞춰 영화를 선정하였다. 본 실험에서 우리말 해석이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들이 선호하는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초급 집단이 선택한 인크레더블은 내용(story)이 쉽고 시각적인 이미지가 강하여 초급 학생들이 사용하기 무난하다. 소울은 내용이 조금 어려워서 중급자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해 보인다.

3. 절차

X와 Y집단 각기 다른 교재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활동은 다른 공간에서 하지만 절차는 거의 같다. 교사는 피험자들과 영화 대본에서 의미 중심으로 해석을 한다. X는 교사가 거의 도와주어야 하고 Y는 그들이 하는 것을 수정해 주는 정도다. 우리말 자막이 있기 때문에 X도 내용 이해는 어려움이 거의 없다. 그 절차는 다음의 두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우리말로 번역하는 활동을 시킨다. 교사는 우리말 번역을 특별히 강조하고, 한 문장씩 우리말로 해석을 할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반드시 한다. 해석한 우리말을 평소에 말로 해 보았거나 들어 본 적이 있는 것인지 질문을 한다. 피험자들이 동의를 한다면 그들의 우리말 머릿속 사전에 해석한 표현들이 들어 있다는 증거이다. X는 교사에게 거의 의존을 하여 해석을 듣는 입장이다. 해석을 해 주고 어색하지 않는지 묻고 괜찮다고 하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간다. Y는 해석을 하면 교사와 같이 어떤 해석이 우리 어법(usage)에 맞는지 논의를 해가며 정리를 한다.
둘째, 피험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2개월간 배운 언어 표현들을 테스트 받도록 한다. 2개월간의 테스트 문항 중 피험자들이 동의한 우리말 표현들 50개를 X집단에게 나눠준다. 여기서 우리말 표현들은 모두 피험자들의 머릿속 사전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이다. 그들은 영화 대본에서 우리말과 짝을 이루는 영어표현들을 찾아서 암기를 한다. X집단에 나눠준 50개 표현을 2회에 걸쳐서 각각 25문항씩 테스트한다. Y집단에게는 100개의 우리말 표현과 짝을 이루는 100개의 영어표현을 적어서 제출할 것을 요구를 한다. 그들이 제출한 것 중에서 50개 표현을 선정해 2회에 걸쳐서 25문항씩 테스트를 받게 한다. 테스트는 모두 우리말 표현을 주고 관련된 영어표현을 회상하게 하는 것이다.

IV. 결과 및 분석

총 50문항을 한 번에 25문항씩 두 번에 나누어서 연속으로 테스트하였다. 1차와 2차 테스트 시간의 간격은 10분 정도를 주었고 그 시간에 2차 테스트 준비는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따라서 2번의 테스트가 거의 같은 조건에서 시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1. 초급 X집단의 테스트 결과 및 분석

Table 1은 초급 X집단의 1차 테스트 결과이다.
피험자 A는 2개를 틀렸고 피험자 B는 만점을 받았다. 복습과 예습을 거의 하지 않는 피험자들이 예상과 달리 테스트에서는 놀랍게도 거의 만점을 받았다. 테스트 문제가 개별적인 단어 테스트 문제가 아니다. 짧은 문장은 3개의 단어로 되어 있지만 장문은 14개의 단어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지 답안 작성이 가능하다. 총 150개의 단어로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암기하기에 쉬운 과업은 아닌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영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인식(recognition)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말을 회상(recall)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들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보면 피험자들의 좋은 성적은 이 활동을 우리말 중심으로 한 것이 원인이 아닌가 추정해 본다.
Table 2의 결과도 Table 1과 마찬가지이다. A는 1개 실수를 하였고, 피험자 B는 만점을 받았다. 이번에도 단어 수를 세었더니 총 147개의 단어이고 첫 번째 150개와 거의 유사하였다. 결과도 첫 번째 테스트와 별 차이가 없다.
두 개의 표의 결과를 기초로 고려해 보면 피험자들이 암기하고 회상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 현재로서 추정할 수 있는 것은 머릿속에 들어 있는 우리말에 맞는 영어 표현들을 짝짓기 한 것이다. 그러나 피험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조금 더 확실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중급 Y집단의 결과 및 분석

중급 피험자 C와 D는 문항 수는 같지만 문제는 달랐다. 그들이 제출한 표현들에서 문제를 출제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제출한 표현에서 50개를 뽑아 두 번에 걸쳐 테스트를 하였다. 그런데 피험자 D가 한 문항에 2개 또는 3개의 문장들을 포함 시켰기 때문에 형평성이 맞지 않아서 문항 조정이 필요했다. 첫 테스트는 30개의 문항으로 조정하였고 두 번째 테스트는 29개의 문항으로 조정하였다.
먼저 피험자 C가 암기한 표현들의 단어 수는 110개이다. 초급 피험자들보다 훨씬 적은 단어 수를 암기한 셈이다(참고 Table 1, 150개; Table 2, 147개). 따라서 피험자 C가 1개만 실수했다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피험자 D가 암기한 표현들의 단어 수는 151개이고 초급과 비슷한 양이고, 총 9개의 실수를 했다. Table 3에서 피험자 C와 D가 보여준 실수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면 관계상 C의 오류 1개와 D의 오류 2개만 다룰 것이다. 먼저 Table 3에서 피험자 C의 오류 문장 1)을 살펴보겠다.
우리말 문항: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정답: What can I do for you?
피험자 C: What can I help you?
피험자 C는 머릿속 사전에 ‘What can I help you?’가 자리를 잡고 있어서 ‘What can I do for you?’가 자리를 잡지 못하였다. 후자의 표현을 암기를 했지만 회상할 때는 전자에게 밀리고 말았다. 사실 ‘What can I do for you?’와 ‘What can I help you?’를 비교해 보면 후자가 피험자들에게 쉽게 느껴질 것이다. 의미적으로 ‘do’ 보다 ‘help’가 ‘도와주다’에 가깝기 때문이다. 초급자들은 우리말 번역에 의존해서 영어 표현을 보았기 때문에 위의 비교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피험자 C는 우리말 번역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우리말 번역의 문법과 영어 표현의 문법이 잘 어울리는 것에 의존을 한 것으로 사료된다. 물론 피험자 C는 한 개의 예만 보여주었기 때문에 2차 시험과 인터뷰를 살펴 봐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피험자 D의 오류문장 1)를 살펴보겠다.
우리말 문항: 시간이 별로 없어.
정답: We ain’t got all day.
피험자 D: I don’t have enough time.
피험자 D의 머릿속 사전에는 이미 ‘I don’t have enough time’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We ain’t got all day’를 암기했지만 회상할 때는 나오지를 않았다. 위의 피험자 C와 비슷한 경우여서 중복된 설명은 피하겠다. 이 외에 Table 3에서 4), 5), 6), 7), 8), 그리고 9)도 머릿속 사전에 먼저 자리를 잡은 표현들 때문에 회상할 때 나오지를 않았다. 피험자 D의 오류 문장 4)를 보자.
우리말 문항: 갑작스러웠나 보네.
정답: Must have been sudden for you.
피험자 D: It’s sudden for you.
학습자 입장에서 ‘Must have been sudden for you’와 ‘It’s sudden for you’를 비교해 보면 후자 표현이 더 눈에 띌 것이다. 전자는 주어가 없고, 법 조동사 ‘must’, 그리고 현재 완료를 포함해 의미적, 문법적으로 암기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따라서 피험자 D가 후자를 택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면 피험자 D는 우리말 번역에 맞는 표현을 고른 것이 아니고 문법적으로 분석이 잘되는 영어 표현들을 그의 머릿속 사전에 가지고 있었다. 결국 피험자 D는 우리말 번역을 중심으로 영어 표현들을 암기한 것이 아니어서 30개의 문항 중에서 9개의 오류를 범하게 된 것으로 사료된다.
Table 4를 보면 피험자 C는 25개의(115개 단어) 표현들을 암기를 했고 동사를 잘못 쓰고 전치사를 생략해 한 문장을 틀렸다. 2차시에서 피험자 C가 보여준 현상은 1차와 비슷하게 초급 피험자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면 토익 성적으로는 중급이지만 그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영어표현들이 많지 않아서 우리말 번역에 맞는 학습이 영어 표현의 암기와 회상에 방해를 받지 않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암기한 영어 표현과 유사한 영어 표현들이 머릿속 사전에 없어서 착각을 하거나 혼돈할 가능성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험자 D는 29개의(147개 단어) 표현을 암기했고 5개의 실수를 했다. 1차시에서 9개를 틀린 것 보다는 줄었지만 그의 실수를 보면 우리말 번역에 의존하지 않은 것들이 보인다. 우리말 번역에 의존을 했다면 영어의 문법적인 의미(grammatical meaning)와 관련 있는 항목들을 회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2번에서는 ‘being’을 생략을 했고 관사 실수를 했다. 이 2개의 단어를 우리말의 의미로 해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험자 D에게 이것은 의미적으로 확실하지 않은 문법적인 지식으로 간주됐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그의 머릿속에서 자리를 잡기가 어려울 것이다. 3번에서 ‘~we’re running out of time’ 대신에 ‘~ got no time’을 사용한 것도 피험자 D가 전자의 해석보다는 후자의 해석이 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피험자 D가 지닌 문법적 지식으로 표현이 분석이 되면서 우리말로 의미를 연결할 수 있을 때 암기와 회상에 성공하는 것이다. 4번에서 ‘gonna’를 생략한 것도 그렇다. 문법적으로 분석은 가능했지만 우리말로 의미를 연결하는 것은 실패하였다. 5번에서 ‘my mom’을 생략하였지만 그가 사용한 ‘Don’t tell about this’는 문법적으로 그리고 의미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피험자 D는 이런 류의 표현들을 이미 그의 L2 머릿속 사전에 넣고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요약하면 피험자 D는 본 실험에서 강조한 우리말 번역과 짝을 이룰 수 있는 영어 표현을 골라 암기하는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였다. 그는 이미 상당한 영어 표현들을 그의 L2 머릿속 사전에 넣고 있어서 회상을 할 때 새롭게 학습한 표현들이 미리 자리를 잡고 있는 표현들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피험자 D와 같은 수준의 학생들에게 과연 우리말 번역 활동이 타당한 것인지는 후속 연구를 통해 밝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3. 인터뷰

피험자들에게 인터뷰를 통해 우리말 번역이 영어 표현들을 암기하는데 어떤 효과를 가져다 주었는지를 물어 보았다.
Table 5에서 피험자 A는 문법적인 부담이 적었다고 한다. 우리말 번역은 우리 어법에 맞추다 보니 영어 표현을 마치 하나의 단어처럼 의미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영어 표현을 보고 해석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 학습의 부담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에 암기에 집중할 수가 있었다.
피험자 B도 비슷하였다. “한글 번역이 자연스러워서(The Korean translation was natural)”라는 것은 영어 표현을 보자마자 무슨 뜻인지 단번에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피험자 B는 문맥과 장면도 언급하고 있다. 문맥과 장면을 보고 그 순간에 사용된 영어 표현의 자연스러운 한글 번역을 합치게 되니 암기하기도 수월하고 회상하기도 쉬울 수 밖에 없었다. 한 마디로 우리말 번역이 암기할 영어 표현을 하나의 단위로 간주하게끔 만들어 준 것이다.
Table 6에서 피험자 C가 본 장점은 두 가지로, 첫 번째 것은 초급자들이 언급한 점들과 유사하다. 번역과 영화 장면은 영화 표현들을 하나의 단어로 바라보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장점으로 단어의 중의성(polysemy)과 모호성(ambiguity)을 언급하였다. 중의성과 모호성은 한 단어가 여러 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L2 학생들이 학습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Crossley & Skalicky, 2019; Zhang, Lu, Liang, & Chen, 2020). 중의성과 모호성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문맥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말 번역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피험자 C는 영어 표현 암기가 수월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피험자 D의 견해는 그의 머릿속 사전이 어떤 것인지를 암시하는 발언이 들어 있다. 큰 노력 없이 짧은 시간 안에 암기가 가능하여 10분 정도면 암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그의 머릿속에 상당한 영어 표현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V. 결론

단어를 회상하는데 의미 지도(semantic mapping)는 대단히 효과적이고 이는 여러 연구들을 통해서 증명이 되어 있다(Ahmed Hamza, Mohd Yasin, & Aladdin, 2015; Dilek & Yürük, 2013; Kavitha & Kannan, 2015; Zolkapli & Salehuddin, 2019). 의미 지도를 만드는 목적은 시각적으로 단어나 구를 관련된 다른 단어들이나 구들과의 사이에서 의미 기반 연결(meaning-based connection)을 보여주는 것이다(Zorfass, Gray, & PowerUp WHAT WORKS, 2014). 의미 지도의 개념을 확장을 하면 우리말 번역과 영어표현 사이에도 의미 기반 연결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영화 영어 수업의 목표는 영어 표현들을 암기하고 최대한 장기기억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화로 영어 학습을 하는 학생들의 성향은 대화에서 이용할 표현들을 배우고 싶어 한다. 그러나 대화에 참여할 기회가 없으면 학습한 표현들은 머리에서 사라지고 결국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게 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학생들이 영어 표현의 암기를 체계적이고 오래 머리에 머물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은 우리말 번역이다. 영어 표현을 보고 우리말로 번역을 한 다음 그 번역이 평소에 말해 본 적이 있었는지 아니면 들어본 적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경험이 있었다면 머릿속 사전에 들어있을 것이다. 머릿속 사전에 들어 있는 의미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 영어 표현들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말 사용은 영어를 배우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라고 하겠다. 피험자 A, B, 그리고 C는 암기와 회상에 성공하고 피험자 D는 암기는 잘 하였으나 회상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이 우리말 번역의 활용과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소수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례 연구로 그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L2 학습에서 L1의 영향력과 학습자의 머릿속 사전에 L1과 L2가 어떻게 저장되어 있는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따라서 향후 다양한 수준의 더 많은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심도 있는 후속 연구를 기대한다. 또한 뇌에 관한 연구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머릿속 사전에 관한 연구를 심도 있게 진행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일이다(de Sousa & Gabriel, 2015). 그리고 연구의 전체적인 경향은 이중 언어의 경우 여러 개의 머릿속 사전을 따르는 견해(multiple lexicons view)를 보여주고 있으나(It-ngam & Luksaneeyanawin, 2019) 후행 연구는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FIGURE 1

Elman의 SRN (Elman, 2004, p.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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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1.
Result of the First Test
Participant Correct answer rate (%) No. Correct expressions Participants’ answers
A 94% (23.5/25) 1) I’ve got time. I still got time. (Have-omission)
2) He puts his car in auto drive. He puts his car auto drive. (Preposition-omission)
B 100% (25/25) No error
Table 2.
Result of the Second Test
Participant Correct answer rate (%) No. Correct expressions Participants’ answers
A 98% (24.5/25) 1) It’ll only take a second, really. I’ll only take a second, really. (Personal pronoun error)
B 100% (25/25) No error
Table 3.
Result of the First Test
Participant Correct answer rate (%) No. Correct expressions Participants’ answers
C 96% (24/25) 1) What can I do for you? What can I help you?
D 70% (21/30) 1) We ain’t got all day. I don’t have enough time.
2) A little back there. at back
3) You’re gonna get hurt! get you hurt
4) Must have been sudden for you. It’s sudden for you.
5) Been waiting a long time for this. I really look forward this time.
6) I don’t really think you have a lot to say about this. I have nothing to say about this.
7) We’re truly glad to have you here. I’m really
8) I have compassion for every soul. I have the compassion to all souls.
9) The world doesn’t revolve around you. The world doesn’t go around for you.
Table 4.
Result of the Second Test
Participant Correct answer rate (%) No. Correct expressions Participants’ answers
C 96% (24/25) 1) I’m comfortable up here. I feel comfortable in here.
D 83% (24/29) 1) This is the moment where I fell in love with jazz. This is the moment where I fell in with jazz.
2) Are you really okay being on a penny. Are you really okay on the penny.
3) Because we’re running out of time. Because I got no time.
4) You’re never gonna believe what just happened. You never believe what just happened.
5) Just don’t tell my mom about this. Don’t tell about this.
Table 5.
Beginner X’s Interview Results
Participants Opinion
A I could easily memorize them. There was less pressure about grammar. The Korean translation was colloquial, so I just needed to focus on the English expressions.
B I could easily memorize them. I read the Korean translation considering the context and then the scene came to my mind easily. The Korean translation was natural, so it was easy to recall the situation.
Table 6.
Intermediate Y’s Interview Results
Participants Opinion
C Learning English expressions using the concept of the mental lexicon had two advantages. First, it was easy to recall movie scenes because the Korean translation was natural, and it provided a clue to recalling words. Second, the mental lexicon removed the ambiguity or polysemy of the English words. This helped to narrow the gap between English and Korean.
D The Korean translation was so natural that it was easy to memorize them in a short time without much effort. In fact, it took about 10 minutes to memorize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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